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가장 즐겨 읽는다. 요즘 관심 있는 장르는 이른바 일상 미스터리 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처럼, 복잡한 트릭이나 끔찍한 살인 사건이 나오지 않아도, 일상에 숨겨진 크고 작은 수수께끼를 해결하면서 무시했거나 감춰져 있던 진실에 다가가고 이를 통해 인물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끌린다. 박현주의 은 한국형 일상 미스터리 소설 이라고 할 만하다. 주인공 도재인은 프리랜서 작가이자 번역가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애인도 없고 몸담은 직장도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지만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는 (나 같은) 여자다. 재인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1년 동안 일을 쉬게 되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