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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와 눈사람

jihba 2021. 1. 21. 15:13

나르와 눈사람

우주베키스탄 옛이야기라는 했지만 세련된 이미지들에 현대작품인줄 알았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이라도 감각적인 콜라주 기법이 활용되면 작품의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합은 좋은 이야기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신선한 이미지로 오래 남을 것만 같다.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했던 아버지는 나르라는 소년에게 동물들을 잘 돌보라고 부탁하고 떠났다. 그러나 나르는 눈은 양파, 코는 당근, 입은 수박 껍질, 귀는 감자인 눈사람을 만들며 하루를 다 보내버리고는 잠이 든다. 나르가 돌보지 못한 동물들은 결국 배고픔에 당면했고 울어 대기 시작했다. 그때 나르가 만든 눈사람은 동물들에게 말을 걸으며 자신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양차, 당근, 수박 껍질, 감자를 먹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녹이면서까지 목마른 동물들을 위해 물웅덩이가 되어준다. 마치 『행복한 왕자』의 숭고한 희생정신처럼 눈사람도 자신을 희생하며 사라진다.“넌 눈사람이지만 마음은 정말 따뜻해!” 동물들은 이러한 착한 눈사람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잠이든 나르를 깨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이야기를 들은 나르는 잠만 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다시 나르는 동물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한다. 착한 이야기이다. 알고 보면 아빠의 말을 어기고 동물들을 돌보지 않은 나르 조차도 착한 소년이었다. 그랬기에 나르가 만든 눈사람도 그렇게 착할 수 있었겠지. 길지 않은 이야기였는데도 『나르와 눈사람』에서는 나눔과 희생과 책임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두가 함께 키운 새로운 희망은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기적을 보았다. 여전히 현대에도 필요한 관계성의 본질이다. 가끔 타인과의 관계에서 계산적으로 사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조건 없이 나눈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비정한 어른들도 존재하지만,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서까지 보았을 때는 적잖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러한 것을 말로 가르치지는 어렵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은 스스로가 울림을 받아야 가치를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르와 눈사람』의 나르와 동물들 그리고눈사람을 만나면서 이들의 관계에서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사랑의 울림을느끼기를 바라야 본다.

우즈베키스탄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슴 따뜻한 우화 황금도깨비상 수상자 정진호의 독특한 콜라주 그림으로 만나요! 나르가 만든 눈사람이 눈을 깜빡, 깜빡 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울고 있는 동물들에게 다가갔지요. 얘들아, 울지 마. 내가 도와줄게. 이야기를 통해 ‘선행’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