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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하고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을 지은 김종관 감독,
그가 골목에서 만난 수많은 이야기
전작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을 통해 사랑에 대한 관능적인 글쓰기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감독 김종관의 신작 골목 바이 골목 을 그책에서 출간한다. 그가 연출한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서촌 일대의 골목들을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활자로 만난다.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책에서는 골목이 주인공이다.
그에게 골목은 단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지나는 곳이 아니다. 어딘가로 향하는 도중, 그는 느리게 걸으며 주변에 펼쳐진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이야기를 만든다.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고,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회를 꿈꾸는 것 또한 그가 걷는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어른들 몰래 담배를 피웠던 서촌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써내려간 담담한 자기 고백을 시작으로, ‘서촌 골목 산책 코스’로 삼아도 좋을 산책길 안내와 그곳을 거닐며 느낀 단상, 촬영이나 여행을 위해 떠난 여러 나라에서 마주한 거리의 풍경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도약하는 영화감독으로서 영화와 삶에 대한 자세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장에 실린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은밀한 사랑 이야기 여섯 편은 타인의 사연인 듯 나의 경험담인 듯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프롤로그
과거로부터
가장 재밌는 농담 14
기억의 벽들과 문들 16
도벽 20
길 위의 시간 24
곁으로부터
jazz bar 一日 32
의자가 떠난 자리 36
사직타운 40
벽들의 세계 45
손님의 자세 49
폐허 53
토요일의 축제 58
조용한 눈 61
먼 곳으로부터
용도 없음 66
비밀을 파는 곳 71
벨라루시의 손목시계 76
끝없는 길들 81
실패한 사진 1 84
실패한 사진 2 88
사람을 읽는다는 것 95
멈춰진 남자 101
견딜 수 있는, 어둠 속 104
밧줄과 식물 110
나무들의 도시 114
검은 호수에 서서 118
먼 장소, 먼 시간 121
루모이의 언덕 124
얄타를 함께 걷다 128
미야지마섬에서의 하루 137
느린 산책, 족자카르타에서 141
얼굴 149
두 번째 방문 154
다시 곁으로
등장인물 162
데이 포 나잇 165
동네에서 찍은 영화 168
기회 172
근황 175
데이 포 나잇, 이 골목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
마주보다 180
약속 183
하와이 카레 191
一日 198
광화문에서 204
홍차가게 211
저자 김종관은 우리에게 작가보다는 감독으로 더 알려져 있다.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서 유명한 감독으로, 장편으로는 <조금만 더 가까이> <최악의 하루>가 유명하고, 오는 8월 말에 정유미와 임수정 주연의 <더 테이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책이 처음은 아니다. <사라지고 있습니까>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를 내었고, 단편의 글을 실은 책도 있다. 두 권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사라지고 있습니까>는 글과 사진으로 포착한 60가지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기억과 풍경, 계절과 사람, 그 모든 아름다움, 혹은 외로움을 담았다. 두 번째 산문집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은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32편과 그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자기고백적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에 관해 굉장히 솔직한 문장으로 써내려가는데, 관능적인 사랑의 묘사에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 이렇게 간극이 큰 책을 펴냈던 김종관 감독, 작가가 이번에는 골목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책에서는 다양한 골목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영화를 언급했는데, 감독의 영화에는 크고 작은 골목이 많이 등장하고, 그 골목에서 사람들의 대화가 있다. 특히 <최악의 하루>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호평을 받았는데, 그 골목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또한 그가 직접 찍은 골목의 사진들을 넣었다. 영화에서도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구도가 좋은 연출이 많은데, 사진 또한 그 재능을 십분 살려 현실적이고 담백하면서도 쓸쓸함을 자아낸다. 그냥 골목이지만 골목의 사진들을 보면 하나하나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서촌 골목에서의 회상을 시작으로 추억이 깃들고 사랑이 깃든 골목과 걷기 좋은 산책길을 사연과 함께 이야기한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촬영을 위해 가봤던 거리와 골목의 풍경, 그곳의 사람들, 그곳의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펼쳐낸다. 특히 마지막에는 "데이 포 나잇, 이 골목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란 제목으로 6편의 픽션이 수록되어 있는데, 굉장히 짧은 글들이지만 단편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짜임새가 굉장히 좋았다. 몇몇 이야기는 좀더 긴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무엇보다 출판사 그책과 <골목 바이 골목>의 만남이 정말 잘 어울렸다. 출판사 그책의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김종관 감독의 글과 사진 스타일과 굉장히 잘 맞아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두 배가 되었고 소장가치도 높아졌다. 출판사 그책 디자이너님, 칭찬합니다! 산책은 가끔 여행이 된다. 여행은 발견과 자극을 준다.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땀을 흘리며 걷노라면 이리저리 흩어졌다 모이는 생각의 흐름을 얻게 된다. 산책에는 종종 낯선 세계에 대한 발견이 있다. 뒤엉킨 시간의 타래길들을 따라 산책을 이어나가다 보면 나 또한 골목 끝으로 사라진 그들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내 가 된다. _83p 좋은 계절이 있지만 머물지 않는 사람들의 산책 속에서, 머물고 있지만 가장 먼 곳까지도 갈 수 있는 그의 외로움이 멋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_136p 낯설지만 결국은 내가 알던 세계와 닮은 사람들에게서 나는 많은 힌트를 얻는다. 수많은 얼굴과 표정들을 지나며 나는 종종 그들에게 다른 이름을 붙이고 다른 인생을 만들어보고는 한다. 그렇게 가끔은 지하철 창에 비치는 동양의 여행객인 내 무미한 얼굴에도 이름과 이야기를 붙여볼 것이다. _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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