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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딸

jihba 2024. 1. 30. 23:59


맑은책시렁 196《히틀러의 딸》재키 프렌치공경희 옮김북뱅크2008.12.5.“하이디도 전쟁을 하는 것은 알았어.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했거든. 하지만 그것이 히틀러 잘못이라고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어. 집안사람들은 모두 히틀러를 위해서 일하는 이들이었어. 그들은 히틀러를 훌륭하다고 여겼고, 하이디에게 그렇게 말했어.” (57쪽)“그렇지. 아들의 잘못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가 아버지가 한 짓을 잘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악행을 똑바로 보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안 될 일이지. 과거의 잘못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되풀이할 수 있단다.” (114쪽)더피(히틀러)의 딸은 이제 없었어. 겔베르 선생님이 만들려고 애쓰던 착한 아이도 사라졌어. 남은 것은 하이디뿐이었어. 하이디의 마음속 깊이 있는 작은 씨앗뿐이었어. 살아남아야 했어. 그래야 씨앗이 자랄 수 있으니까. (184쪽)“의사랑 결혼해서 아이들도 낳았어.” “히틀러의 손자들이네!” 마크가 말했다. “아냐. 하이디의 자식들이야.” 안나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196쪽)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볼 줄 안다면 “누구 아들”이나 “누구 딸”이라는 이름이 아닌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바라보며 만납니다. 사이로 본다면, 누가 낳은 아들이나 딸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한테서 태어난 아들이나 딸이기 앞서, 스스로 다르며 새로운 숨결이자 사람이에요. 찬찬히 따지면 우리는 ‘아들이나 딸을 낳은 어버이’를 두고서 그이가 “누구 딸”이나 “누구 아들”이라고, 이렇게 끝없이 거스르면서 바라보지 않아요. 이러다가는 끝이 없을 뿐 아니라, 정작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없어요. 내가 너를 만난다면 바로 너이기 때문입니다. 네가 나를 만날 적에도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누구 딸이나 아들이라는 이름은 으레 허울입니다. 허울이 아닌 삶을 바라볼 적에는 이이는 이이대로, 이이하고 어우러지는 여럿은 여럿대로 속넋을 마주할 수 있어요. 《히틀러의 딸》(재키 프렌치/공경희 옮김, 북뱅크, 2008)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째, 호주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로 생각을 북돋우고 마음을 살찌우는 삶을 보여줍니다. 둘째, “히틀러 딸”인지 “하이디”인지, 어느 이름으로 부르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사람을 아주 다르게 보거나 느낄 뿐 아니라, 이이는 이웃이나 동무가 될 수도 있지만, 아예 쳐다보기도 싫은 것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어요. 이야기에 나오는 “히틀러 딸” 또는 “하이디”는, 이야기에서 짝을 만나 아이를 낳았다고 해요. 이때에 어느 아이는 “히틀러 손자!”라 말하지만, 다른 아이는 “하이디 아이!”라고 대꾸합니다. 자, 이때에도 또 다른 이름이자 삶입니다. 우리는 어떤 눈으로 보려나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려나요? 우리는 어떤 삶으로 손을 잡거나 손을 뿌리치려나요? 우리는 서로 무엇을 보려나요? 기쁘게 어우러질 삶을 바라는지, 아니면 허울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도 삶길을 못 보려는지, 찬찬히 돌아볼 노릇입니다. ㅅㄴㄹ(숲노래/최종규)
폭탄이 떨어지고 집단 수용소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하지만 히틀러의 딸은 이런 걸 알지 못했습니다. 소녀가 아는 것은 겔베르 선생님과 공부하는 세상, 추운 날 구해낸 고슴도치 그리고 가슴 뛰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방문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녀는 베를린에 있는 아버지의 지하 방공호로 가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진짜 있었는지 아닌지 모르는 수수께끼 속의 소녀 하이디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대의 소년 마크를 매우 잘 연결시켜, 제2차 세계대전 시대와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만약 자신이 히틀러의 아이였다면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었을까, 만약 지금 누군가가 히틀러와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한다면,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마크를 통하여 전쟁뿐 아니라 부모 · 자식 관계에 대하여도 진지하게 짚어보게 합니다. 호주 아동도서상을 비롯, 세계 10여 개의 상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