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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 vs. 자이니치》 재일 동포 즉 자이니치 在日 에 대해서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구체적인 인물의 사례보다는 그에서 벗어나서 정치나 한일관계의 테두리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일본제국 vs. 자이니치》를 읽으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알았다. 여전히 재일동포 한 명 한 명의 경험들은 소중하고 큰 가치가 있었다. 일본 당국의 차별에는 분통이 터졌다. 1945년부터 현재까지 어쩜 그리 일관성 있게 차별하는지 놀랍다. 한편으로 그런 국가에 대항해서 온 몸을 던져서 투쟁한 자이니치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다. 읽는 내내 울컥하였고 시시때때로 비통함에 빠졌다. 재특회 즉 재일 조선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은 여전히 준동한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어디고 나쁜 차별주의자들은 있고 그들이 한 나라에서 갖는 영향력은 미비하다고. 하지만 아베가 집권하는 사이에 오사카에서는 평범한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비상식적인 린치를 벌이는 일이 생겨났다. 이런 일이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 언제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성으로 부각되었다. 그렇게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 다수에는 역사 인식이 모자란 젊은 계층이 자리한다. 그들은 재특회 같은 단체의 극우 활동을 보면서 무심하게 자랐을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갑자기 분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추악함과 잔인함에 노출이 시작되면 그러한 독은 애써서 제거하기 전에는 번식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에 대해서는 투 트랙 전략을 써야할 것이다. 상호 무역량이 많고 이웃한 나라이며 강대국이다보니 그들과 마찰을 빚어서 좋을 것은 없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을 필두로 한 역사의 정립은 절대 물러서서는 안된다. 이 책을 읽고는 그러한 관점을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1945년에 해방을 했을 때 일본에는 190만 명의 조선인들이 있었다. 거의 전부가 징용을 비롯해 강제로 이주당한 이들이다. 해방이 되면서 절반이 조선 땅으로 귀국하였다. 그런데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갔거나 거기서 태어난 이들이 존재했다. 일본에서 생계를 꾸리며 터전을 잡았기에 조선으로 가면 돈벌이가 막막한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타의로 어쩔 수 없이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이 생겨난다. 1952년에 53만여명 으로 알려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국에서는 남과 북이 전쟁을 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재일동포 즉 조선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했다. 그렇지만 한국 전쟁으로 한국은 폐허가 되었고 극빈국 처지가 된다. 그래서 돌아가지 못하고 살게 된 분들이 재일동포 역사의 시작이다. 고달픈 타향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자이니치는 在日이다. 이 자체는 한국이나 조선과 무관한데 뒤에 朝鮮人이 생략된 것이다. 그래서 재일동포 스스로는 물론 일본인들도 그렇게 자이니치라고 부른다. 자이니치의 국적은 동일하지 않다. 한국 국적과 일본 국적이 있고 조선적이 있다. 굉장히 복잡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이같은 복잡함은 철저히 일본 정부에 원인이 있다고 저자 이범준은 말하고 있다. 식민의 과거. 그리고 분단의 아픔.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이 현재 자이니치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살아온 자이니치 김경득씨는 1976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에 엄청난 엘리트의 계층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는 국적이 한국인 재일동포였다.일본 정부는 그의 사법시험 결과를 불인정한다는 통지를 김경득에게 보냈다. 이유는 단 하나. 외국인은 법관이 될 수 없다는 법 규정이었다. 그렇다면 그 이전까지 사법시험에 통과한 외국인들은 없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시험에 통과한 날에 일본으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았고 귀화해서 판검사가 되었다. 그런데 김경득은 -일본 입장에서 보면- 특이했다. 자기는 한국 국적을 유지할 생각이고 사법시험도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읽으면서 엄청 자랑스러운 것이 시험에 합격한 외국인중에 이렇게 반대를 표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는 것! 일본 사회에서도 큰 화제를 일으켰다.다행히 소수의 양심가들이 있어서 김경득을 도우면서 사법 연수생으로 허락하라고 정부에 탄원을 했다. 하지만 일본은 끄떡없었다. 놀라웁게 김경득씨의 고집도 끄떡 없었다. 그는 관계자에게 1년이고 2년이고 아니 10년이고 기다릴 거라고 했다. 모든 선각자들은 존경스러운데 일본 법조계에 최초의 제기를 하신 김경득씨도 그랬다. 1년이 흘렀다. 김경득은 허드렛일과 육체노동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어느날 꿈처럼 합격 통지서가 도착했다. 기쁘고 뿌듯한 일이었는데 이것은 일본이 자발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일본은 김경득을 선례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코털만큼도 없었다. 이 수험생을 합격시키면 이후에 조선인은 물론 대만인까지 외국인들이 일본 체제의 중심부로 들어오게 된다.그런데 1977년에 중일조약이 체결되었다. 일본이 중국하고 외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하는 내용이었다. 한편 미국도 일본과 조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당시에 일본은 다분히 한국전쟁 특수를 딛고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급기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소형 자동차가 점유율을 확장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일본에 무역 압박을 가했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미국을 넘보았지만 군사와 외교에서는 미국의 지배에 있었다. 미국이 들고 나온 카드가 미국의 변호사들을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라는 거였다. 일본은 찍소리 못하고 수락해서 법을 개정했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한 것. 그래서 김경득씨가 예상보다 순조롭게 사법연수생의 신분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법조계 지망생이 나라에 대항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목적을 이룬다.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할 수도 있지만 그 내막은 자이니치가 겪는 차별을 여실히 보여준 일이었다 김경득의 체험은 이후에 자이니치들이 숱하게 겪게 되는 일의 전조 前兆가 되었다. 1985년에 배훈씨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가 사법연수원에 들어갔을 때 귀화 제의를 받았는데 배훈은 바로 거절했다. 읽으면서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귀화를 매번 제의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잖게 자기네들의 체제를 권유하는 제스쳐이지만 은근히 자이니치들을 경멸하는 것이었다. 배훈 변호사는 조선적 자이니치다.그러면 조선적이란 뭘까. 일본에 사는 자이니치이면서 국적은 북조선이라는 뜻이다. 국적이란 무엇인가. 자이니치에게 있어서 이는 본적과 같은 것이라고 이범준은 설명한다.나에게도 본적이 있다. 나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의 주소가 본적 증서에 기재되어 있다. 조선적 자이니치에도 국적이 그렇다. 조국의 주소지가 국적이다. 그들에게 조국은 조선이다. 물론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이름이다. 조선적 자이니치의 고향은 대부분 남쪽 한국에 있다.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가 90프로에 달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이어서 혈연의 고향이다. 1990년대까지 조선적 자이니치는 지문날인을 해야 하는 치욕을 겪었다. 그들은 난민의 처지와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보장번호가 없기에 외국인 등록증을 가지고 살아간다. 2000년 이후에 다소 정책이 완화되긴 했다. 조선적 자이니치의 외국인 등록증에는 국적과 지역을 동시에 표기하게 했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말이 등록증에 쓸 때는 조국이 위치한 지역이라는 뜻을 갖는다. 여러번 되읽고 이렇게 써보아도 쉽지는 않은 이야기다. 쉽지 않은 처지가 바로 조선적 자이니치의 정체성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복잡함이다. 축구선수 정대세는 자이니치의 복잡한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해방 후에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이니치는 한 분도 빠짐없이 차별을 겪었다. 경미한 일도 있지만 학교나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이 얘기들이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식민지의 죄를 저지른 당사자는 일본인데, 일본 때문에 조선 사람들이 조국에 못 가게 됐는데 어떻게 차별까지 가하는지. 배훈 씨의 학창시절도 다르지 않았다. 10대와 20대는 누구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이다. 그런데 여기에 조선인을 숨기고 사는 억압된 심리까지 겹쳐서 배훈씨는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필자가 예전에 순진하던 때에는 그까이거 숨기고 사는 게 뭐 어려울까 했다. 마침 일본인하고 외모에서 구별이 안되니까 그러려니 하고 속마음으로만 한국을 사랑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자이니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일본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억압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인지를. 옆에서 일본인이 조선인을 무시하는 말을 해도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조선 출신이라는 사실을 쉬쉬하고 숨기며 혹여 들킬까봐 두려워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오히려 현재의 일본의 국력에 큰 도움을 준 요인은 조선인들의 노동력이었다. 대부분 자이니치 분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청소년 청년 시절을 방황했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만난 분들의 인생을 통해서 조금 더 인간적으로 자이니치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수난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아팠다. 공감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인 민족성을 버리지 않은 게,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면 일본이라는 제국에 기꺼이 맞섰다는 게 너무도 자랑스러웠다.그동안 오랫동안 몰라서 죄스러웠다. 감사했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비롯해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법 체계와 사법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1945년 이후의 역사는 현대사여서 사실을 한 번 들어서 소화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우선은 재일 동포들이 한 인간으로서 겪고, 저항하고, 헤쳐나온 삶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자꾸 읽으면서 학습도 좀 하면서 지난한 재일동포의 역사를 배워가고 싶다. 변호사인 저자 이범준씨가 일본에서 오래 머물면서 자료를 모으고 취재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멋진 다큐멘터리 한 편 처럼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자이니치라는 주제에 다가간 이범준 작가의 태도가 감명깊었다. 한편, 일본에서 양심있는 활동가들의 헌신도 보여준다. 일본 국가는 재일동포 사회가 분열되기를 원하고 은밀한 공작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저들의 농간에 속아서 재일동포를 편을 나누고 그들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피와 땀이 어린 책이었다. <일본 제국 vs 자이니치> 부제 대결의 역사 1945~2015 책에서 김영란 전 법관의 추천 서문 중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식민지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3년간 기획·제작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현지 취재 410일내셔널리즘의 바닥에서 고통받아온 자이니치 현대사 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식민지, 자이니치 70년(1945~2015년)을 다룬 자이니치 현대사다. 세계적으로 현지에 100년 가까이 살면서 국적을 유지하는 재외동포는 자이니치뿐이다. 이는 식민지 이후 일본 사회의 문제다. 일본 사회가 70년 넘게 자국 영토에서 살아온 자이니치를 정식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도 마치 ‘어제 나리타공항에 내린 외국인’처럼 대하는 차별과 냉대의 역사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이니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식민지에서 살고 있다. 저자는 내셔널리즘의 바닥에서 고통받아온 자이니치를 쓰기 위해 3년간 기획, 제작했다. 일본 현지에서 410일을 취재했다. 역사적인 성격을 고려해 녹음으로 남긴 인터뷰는 83시간 32분 46초, 촬영한 사진은 6240장이다.
서울
일본의 한국인
_그리워 헤매던 긴긴 날의 꿈
_나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조선적
_멸망한 왕조의 생존자
_이중 지위의 무국적자
네이션
_헛된 고백은 울음이 되고
_너는 왜 다르냐는 물음
본명과 통명
_한 사람, 두 이름
_허락되지 않는 이름들
배타적 언어
_말의 감옥
_와타시와 자이니치데스
평양
자이니치 대이주
_국경의 긴 터널
_10만의 선택
경제적 살인
_가리워진 나의 길
_진짜 자본주의는 묻지 않는다
헤이트 스피치
_인종차별철폐조약
_당신의 적은 내가 아니다
조선학교
_조선학교, 민족학교, 우리학교
_김일성 초상화가 있는 그 학교
오키나와
_류큐의 여름
_섬, 외롭지 않은
도쿄
조선총련
_원수들의 앞잡이
_공화국의 두리에 총집결
재일민단
_김대중을 사형하라
_적대적 공생 관계
재외국민
_낯선 권리
_사랑하기에 버려야만
여행증명서
_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_스파이라는 상상
2급 시민
_일본 사람 아닌 일본 국민
_민주주의는 자기 지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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