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기야, 춤춰라!
노래기야, 춤춰라!
잘 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수근수근대면, 그 다음부터는 왠지 일이 꼬이고 더는 잘하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다른 이가 하는 말에 신경을 곧세우고, 다른 이에게 나는 어떻게 비칠까하고 남들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다. 다름 아니라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란 자기 자신을 믿고서 자신이 하는 일에 거침없는 것을 일컫는데, 어떤 일을 하든 자신감이 떨어지면 잘 하던 일도 하기 힘든 법이다. 이 책은 발이 아주 많은 노래기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노래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숲 속을 거니는데, 박새들이 노래기를 칭찬한다. 저렇게 발이 많은데도 어쩜 저렇게 유유히 걸을 수 있느냐면서 저들끼리 지지고 볶으며 야단을 떤다. 노래기는 박새들이 하는 칭찬을 들으며 어깨가 으쓱했는데, 점점 정도가 지나치더니 그렇게 발이 많은데도 잘 걷는 것을 보면 숨겨진 비결 이 있을 거라며 왕호들갑을 떤다. 허나 노래기는 걷는 것은 그냥 걷는 것일뿐 특별한 비결 따윈 없는데도 자꾸 호기심을 부추기자, 급기야 다리가 꼬여 오도가도 못하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박새들은 이번엔 또 다른 묘기(?)를 보여주려나보다 하고서는 노래기가 하는 모습을 더욱 관심있게 바라보자, 노래기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더 잘 보여주어서 박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다보니 더욱 발이 꼬여서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이럴 때 쓰는 고사성어가 대략난감 일 것이다. 노래기는 꼬인 다리를 끌고 집으로 겨우겨우 도착했다. 그리고서 꼬인 다리를 하나하나 풀어보았다. 노래기 이름이 천개의발 인 것처럼 꼬인 다리가 1000개쯤 될 테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노래기는 엄마가 해준 "넌 다리가 천개나 되는 것만큼 인내와 끈기도 많단다."는 말을 믿고서 인내와 끈기를 발휘해 꼬인 다리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꼬인 다리 열 개를 풀 때마다 엄마가 해준 맛있는 이끼떡 을 먹으면서 말이다. 허나 꼬인 다리를 다 풀고서도 박새들이 한 말이 자꾸 떠올라 한걸음 두걸음 걷다보면 다시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노래기가 지닌 인내와 끈기도 바닥이 날 정도다. 상황이 이렇자 노래기는 울상이 되어서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그 때 호랑거미가 등장해서 울고 있는 노래기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몇 가지를 노래기가 깨닫게 해준다. 먼저 거미도 날마다 새집을 만들지만 똑같은 집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사실은 노래기가 걷는 걸음도 똑같은 걸음이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해준다. 다시 말해, 한발 앞으로 가면 뒷발이 곧바로 따라오며 앞으로 걷는다는 사실을 일깨웠단 말이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예전처럼 잘 걸을 수 없었다. 한발 앞으로 내밀면 두 번째 발이 곧 따라오지만, 뒤이어 세 번째, 네 번째...주루룩 뒤이은 발들을 어떻게 놀려야 걸을 수 있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꼬인 다리를 다시 풀어낸다. 노래기에게서 배울 점 하나! 바로 <인내와 끈기>다. 어떤 어려움에 닥쳐도 인내와 끈기를 발휘하면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사실. 어린이들에게 꼭 이해시켜주어야 할 점일테다. 또 다시 어려움에 빠져 울상이 된 노래기에게 거미는 또 다시 위로를 해준다. 여기서 어린이들이 배울 점 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를 외면하지 말고 <위로>해주기.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두려움과 공포다. 물론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옆에서 지켜봐주고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더욱 힘이 나는 법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도움만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니,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암튼 노래기는 울상이 되어 거미에게 자신이 걷는 모습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자 거미는 "예전에 너는 마치 잔물결 처럼 걸었어."라는 말을 해준다. 잔물결, 잔물결...하고 노래기는 되뇌어 보았지만, 여전히 걷는 것이 쉽지 않았다. 허나 노래기는 점점 자신이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잔물결 처럼 되어 보려고 노력한다. 눈을 감고 한발한발 발을 내딛기보다는 마치 파도가 밀려오고, 뒤이어 또 다른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니 마침내 예전처럼 수많은 발이 엉키지 않고 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야호! 나도 이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노래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잘 걸을 수 없게 되었다가 다시 걷게 된 원동력 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또 다른 노래기가 있다면, 자신이 찾은 비결 이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리고 더 멋지게 걷는 법, 더 아름답게 걷는 법을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찾아냈다. 마침 박새들이 노래기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사실과 예전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게 걷는 것은 물론, 춤까지 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얼마 뒤에 열리는 <숲 잔치>가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물론 노래기는 참가했다. 그리고 엄청난 박수와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여기서 어린이들이 배울 점 셋!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더욱 박차를 가해서 실력을 뽐내보라는 것. 노래기가 어려움을 딛고 다시 평상시처럼 잘 걷게 되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노래기는 그냥 다시 평범한 노래기가 되었을 것이다. 허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서 더욱, 또 더욱 노력해서 더 잘 할 수 있게 되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며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게다. 누구나 저마다 한 가지씩은 잘 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남들보다 낫다는 생각에 이르지 못하고, 별 것 아니라고 주눅드는 순간 그 재능 은 썩히게 된다. 재능이란 평범한 것일수록 더욱 눈에 띠는 법이다. 남들이 다 아는 것이라야 관심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남들이 알아챌 수도 없는 재능 이 어찌 돋보일 수 있을까. 또 재능을 키우는 관건은 칭찬 이다. 관심을 쏟아준다는 느낌을 받을수록 더욱 힘이 나는 것은 당근이지 않은가. 또 칭찬 을 받았으면 열심히 노력해보는 것! 어린이들이라면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지성이 되고 싶고, 김연아가 되고 싶다고요. 어렵지 않아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일찍 찾아서 인내와 끈기를 발휘해서 꾸준히 노력하면 되요. 물론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박지성, 김연아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 여러분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가까운 훗날에 크게 빛날 거예요. 어린이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세요. 자신을 믿고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요. 아셨죠!
어느 날, 노래기 천개의발한테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아침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발이 뒤엉켜 버린 것이지요. 어떻게 다리를 내뻗어야 할까요? 어느 다리가 먼저일까요? 제자리에서 허둥댈 뿐, 걷는 방법 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요. 천개의발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노래기의 일화를 통해, 어떤 일을 대하든지 두려워 말며, 표면적인 내용에 매몰되지 말고 깊이로 나아가며, 그것이 몸에 배도록 충분히 연습하라는, 배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교훈은 천개의발의 걱정과 슬픔과 기쁨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이들은 다시 걷기 위해, 걷는 원리를 발견하기 위해, 노래기가 벌이는 인내와 끈기의 노력을 보며 어떤 문제가 닥쳐도 사라지지 않을 자신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